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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patia 이전 · 1편

Hypatia 이전 (1): 서문

경쟁 제품을 살펴보는 일을 늘 피해 왔다. Joe와의 말다툼이 생산성 소프트웨어에 빠져 있던 중고등학생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했고, Hypatia에 영향을 준 제품들을 돌아보는 이 시리즈로 이어졌다.

Sushi · 약 2분읽기 시작 ↓

오후에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는데 Joe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제품 얘기 좀 할 시간 있어?

그는 Hypatia와 비슷한 제품들의 링크도 함께 보내왔다.

조금 지쳐 있었다. 나는 경쟁 제품 분석을 싫어한다.

내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 시장은 개인 개발자에게 충분히 크다. 내 일만 잘하면 된다. 남들이 뭘 하는지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주변 사람들의 필요를 해결하는 것이지, 경쟁자를 생각하는 게 아니다.

Joe는 다른 사람에게도 분명 배울 점이 있다고 했다.

나는 이 시장이 너무 작다고, 가장 뛰어나고 가장 배울 만한 사람들은 분명 여기에 없다고, 배우려면 훨씬 성공한 제품에서 배우면 된다고 했다.

우리는 한참 말다툼을 했다. 내가 왜 이렇게 고집스럽게 경쟁 제품 분석과 업계 조사를 싫어하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그게 최악은 아니었다. 최악은 이 혐오 가운데 얼마가 두려움에서 나온 것인지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남들이 나보다 잘하고 있을까 봐, 내가 만드는 것이 아무 가치도 없을까 봐 하는 두려움.

AI가 등장한 뒤로, 그동안 시간을 들여 쌓아 온 코딩 능력이 그리 중요하지 않게 된 것 같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직업 프로그래머인데도 코드를 읽은 지 오래됐다. AI가 프로그래머의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서, 적어도 수십 배는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수십 배로 급증한 공급은 아마 심각한 수급 불균형을 가져올 것이다.

한편으로 “아이디어만 많은”, 늘 안절부절못하며 창업하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서, 내 배경이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나는 스탠퍼드나 MIT 중퇴자도 아니고, 중국 대형 IT 기업의 임원도 아니며, 오토바이가 좋아서 기자를 쫓아 한참을 달릴 사람도 아니다1.

정리하면 “삼무”다. 배경이 없고, 경력이 없고, 신념과 용기가 없다.

겨우 내가 하고 싶은 제품을 찾았고, 겨우 나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거듭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몸을 움츠렸고, 겨우 계속하면 분명 나아질 거라고 나 자신을 설득했다. 그런 때에, 남들이 이미 내가 하는 일을, 그것도 나보다 잘하고 있는 걸 정말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 사실 나도 안다. 경쟁 제품 분석에 대한 내 거부감은 아마 역시 두려움에서 온다.

Joe와의 통화에서 나는 조금 감정적이 되었다.

Joe는 나보다 몇 살 위이고, MarginNote에서 일할 때 알게 되었다. 형 같은 존재다. 그때 나는 고3, 그는 대학 4학년이었고, 그가 영상 편집을 손수 가르쳐 주었다.

통화 중에 그는 모아 온 제품들을 하나씩 짚으며 각각 무엇을 잘하는지 이야기했다. 나는 여전히 수긍하지 않았다.

Joe가 갑자기 물었다. “네 제품 링크를 이 제품들 링크와 같이 네 사용자들에게 보낼 수 있어?”

나는 잠시 멈칫했다가 조금 흥분했다. “그거, 진짜 할 수 있는데.”

중고등학생 시절의 나는 생산성 소프트웨어에 빠져 있었다. 모든 제품의 모든 세부를 연구했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은 채 친구와 통화하며 메뉴를 어떻게 조작하는지 알려 줄 수 있었다. 그 감각이 조금 낯설어져 있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다. 그때의, 에고 없이 남에게서 배우는 데 몰두하던 나는 어디로 갔을까.

이 기회에 오랫동안 Hypatia에 영감을 준 제품들을 정리하고, 동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잘하고 있는지 배우기 위해 일련의 글을 쓰기로 했다.

01Footnotes

  1. 장쉐(张雪)는 장쉐모터(ZXMOTO)의 창업자다. 2006년, 19세에 수리점 견습생이던 그는 레이싱 팀의 눈에 띄기 위해 빗속에서 오토바이로 방송국 취재 차량을 100km 넘게 쫓아갔다. 2026년, 장쉐모터의 경주용 오토바이는 세계 슈퍼바이크 선수권(WSBK) 포르투갈 라운드에서 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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